<aside> ✍🏻 60대인 저의 엄마에게 글쓰기 수업을 한 경험으로 ‘소글 시니어 글쓰기’를 엽니다.
프랑스 이주를 앞두고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선물하며, 동네 커피숍에서 매주 1회 오프라인 수업을 했습니다. 엄마는 저를 ‘은성’, 저는 엄마를 ‘재인’이라고 부르며 경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마음에 걸렸던 이름을 육십대에 버리고 스스로 새 이름을 지었기에, 꼭 그 이름으로 불러 드리고 싶었어요. 수업 내내 재인은 이 말들을 되풀이했습니다. “난 이런 거 못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 말은 “꼭 해보고 싶다”로 제 귀에 들렸어요.
책장에서, 엄마가 태어난 5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관심사들을 고려한 책들을 골랐습니다. 박완서, 사노 요코, 록산 게이, 은유, 이진송, 정아은, 배윤민정, 야마다 에이미 등의 책에서는 엄마가 겪어 온 이슈들을 뽑아냈습니다. 가부장제, 돈, 노동, 양육, 살림 등에 대해서요.
프랑스에서도 엄마와 줌 수업을 지속했습니다. 어느날 엄마는 이 문장들을 제게 주었어요.
“맨날 그렇게 세상이 무섭고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으로 살았어. 젊을 때는 너희 할머니가 호랑이처럼 무서워서 마음이 덜덜 떨리고, 그분 가신 뒤에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무섭더라. 그런데 글쓰기가 참 이상해.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도 너무 이상해. 내 친구들은 “너는 생각을 많이 하니까 몸이 아프지! 한번 사는 인생 과거는 다 잊고 그냥 유-쾌하게 살아!” 라고 하는데, 왜 나는 단순하고 유쾌하게가 안 될까 답답했어. 그런데 참 이상하지? 글쓰기를 배우니까, 나는 사는 게 무섭지 않아. 예전의 이재인이 죽은 것 같아. 죽어버리고 새 사람이 된 것 같아. 지금은, 내가 좀 덜 이상하게 느껴져. 나는 이제 너무 멋있는 은유 작가님처럼 아니 그 작가님 발톱만큼이라도 살다가 죽고싶은, 새로 태어난 이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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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글] 시니어 글쓰기 강의 진행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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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자료> 감기라서 편하게 드러누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감이 코앞이었다. 아, 육필이라서 나만 마감이 빠르다니, 이건 너무하다. 다른 편집자에게 물어보았다. “요즘 육필로 원고 쓰는 사람 많이 없어요?” “많이 없다기보다 전혀 없어요.” “그렇군요…….”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딱히 어떤 신념이 있어서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를 안 쓰는 게 아니다. 버튼이 두 개 이상 달린 기계를 다루지 못할 뿐이다. 그러면서 언제나 화를 낸다. 전철 표를 살 때도 갈팡질팡해서 뒷사람이 혀를 끌끌 차곤 한다. 나는 사실 매표소 아저씨한테 직접 표를 사고 싶다. 은행 창구에 가서 척 보기에도 은행원다운 아가씨한테서 돈을 찾고 싶다.문득 돌아보니 나는 요즘 시대에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나도 끝났다. 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하지만 내 심장은 아직까지 움직이고, 낡아빠진 몸으로도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이를 어쩌나. Y씨, 미안해요. 나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말았어요. 내다 버리세요. 컴퓨터는 메이지유신보다도 격렬하게 일본을, 아니 전 세계를 뒤바꾸었다. 아, 기분이 언짢다. 나는 달에 가고 싶은 생각이 요만큼도 없다.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이 세상이 싫다, 정말로 넌더리가 난다고 외치고 있다. 에도시대였다면 예전에 죽을 수 있었을 텐데. 가마쿠라시대의 평균수명은 스물넷이었다고 한다. 부럽다.
<글쓰기 액티비티> 작가는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대해 불평합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사용법에 대해 ‘아, 기분이 얹짢다.’ 또는 ‘사용 설명서의 문장은 외계어다’ 등으로요. 우리도 써봅시다. 스마트폰, 컴퓨터, 키오스크, 스마트 텔레비전 등 대상이 무엇이든 좋아요. 배우기 어렵다는 불평도, 배우기 위한 나의 의지 등 무엇이든 써 봅시다. 이것은 글쓰기 기술 중 아주 중요한 ‘감정 표출’ 연습입니다.
예) 어제 엉덩이로 리모콘을 눌러서 스마트 티비에서 채널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빨간 구두>를 못 봐서 애가 탔다. 아들이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 놈이 회식을 하고 자정에 들어왔다. 복잡한 스마트 티비를 욕할 것이냐, 내 엉덩이를 욕할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이것은 저의 어머니의 일기랍니다.)